[인터뷰] 민경천 전국한우협회장, 보상책 없는 시장 개방 반대…한우법에 경영안정 담아야

CPTPP 가입 논의와 한·메르코수르 협상 재개 추진에 가격 따라 수입 조절하는 장치 제안 2026년 7월 시행된 한우법에 비육우 경영안정제·사료안정·저능력우 도태 반영 촉구

이현우 기자
승인 2026.09.16 23:20수정 2026.09.16 23:23
전국한우협회가 창립 27주년을 맞은 가운데 민경천 전국한우협회장은 9월 16일 한국농업기술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 제공=전국한우협회)
전국한우협회가 창립 27주년을 맞은 가운데 민경천 전국한우협회장은 9월 16일 한국농업기술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 제공=전국한우협회)

양평축협에 따르면 16일 열린 수송아지 경매에서는 마리당 최고 689만 9000원짜리 송아지가 나왔다. 이날 평균 낙찰가는 539만 3000원으로 2주 전인 지난 2일 경매보다 10만 6000원 올랐다. 농협축산정보센터 집계로도 8월 기준 6~7개월령 수송아지 평균 가격은 516만 원으로, 2025년 같은 기간 432만 8000원보다 19.2% 상승했다. 같은 달 한우 도매시장 경락가격(결함·도태권고우 제외)이 kg당 2만 4240원으로 전년 동월 2만 479원 대비 18.4% 오른 것과 비교하면 송아지값 상승률이 도매가격 상승률을 웃돈다.

전국한우협회 민경천 회장(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은 16일 한국농업기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입식 비용에 사료비와 사육비를 더하면 비육우 한 마리 생산비는 1000만 원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농가가 그 돈을 온전히 회수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현장은 선뜻 답하지 못한다. 여기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의 재개와 한·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무역협정 협상 재개 추진이 겹치면서 쇠고기 추가 개방 압력까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민경천 회장은 “농가 지원책과 합당한 보상책이 없으면 우리는 절대 안 된다”며 개방 대응의 원칙을 분명히 했다. 그가 말하는 해법의 그릇은 2026년 7월 23일 시행된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률(한우법)이다. 시행령·시행규칙은 8월 21일 시행됐다. 법을 만들어 낸 것이 끝이 아니라, 개방 충격을 흡수할 경영안정 장치를 그 안에 채워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방 무조건 반대 아냐…가격 따라 수입 조절하는 장치 요구

민 회장은 “한우농가들은 복합영농이 많아 메르코수르는 축산뿐 아니라 경종까지 크게 연관된다”며 “CPTPP를 반대하는 이유도 같다”고 말했다. 다만 개방 자체를 봉쇄하자는 주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정부가 거짓말을 하지 말고, 시장 개방을 안 할 수 없다면 농가들에게 지원하면 되지 않느냐”며 “농가 피해가 뻔히 보이는데 맹목적으로 희생하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농가의 불신은 과거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민 회장은 “그동안 FTA를 체결할 때 보상하겠다던 정부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제는 농가들이 정부 말을 믿지 않는다. 동화 속 늑대 이야기와 똑같다”고 했다. 이어 “정책 당국자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생산자들에게 어느 정도 수입 허가권을 주고, 국내 가격이 너무 떨어지면 수입을 막고 오르면 열어주는 장치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무조건 개방해 기업들만 돈 벌게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그런 안전장치라도 만들어 둔다면 무조건 반대만 하겠느냐”고 말했다. 무관세로 수입한 업체들의 이익에 대해서도 “돈을 벌었으면 농가들에게 환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의 11년 만에 제정된 한우법…비육우 경영안정제 담아야

한우법은 고(故) 이강우 전 회장 재임 시절인 2014년 8월 ‘한우산업발전법안’이 처음 발의된 지 11년 만인 2025년 7월 제정됐다. 민 회장은 마지막 구간이 가장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그는 “국회에 입법 발의를 하면 책상 밑으로 갔다가 2~3년 뒤 다시 발의하는 일이 반복됐다”며 “여야의 핑퐁이 계속돼 양측 합의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민 회장은 여야 합의로 법안을 처리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했다. 그는 “양측의 합의로 법안이 처리되지 않았다면 한우법은 날아갈 수 있었고 그 오명은 내가 책임져야 했다”며 “국회에 강력히 호소하며 자칫 다시 책상 밑에 묻힐 뻔한 법을 살려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한우협회가 9월 15일 대전 ICC호텔에서 연 창립 27주년 기념식에서 채택한 결의문도 같은 맥락이다. 협회는 쇠고기 추가 개방 재검토, 한우법 입법 취지에 맞는 경영안정 대책과 예산 확보 등을 요구했다.

민 회장은 그 구체안으로 “농가들을 위해 비육우 경영안정제, 사료안정, 저능력우 도태 등의 사업이 세부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현실에 맞는 송아지생산안정제 개편 방안 역시 한우법 세부사항에 담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생산자단체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협회는 건의하는 기구인데 받아들이는 곳이 받지 않으면 건의로 끝난다”며 “정부 정책 입안자가 조금이라도 변하려고 해야 정책이 바뀐다”고 말했다.

 

사육은 농가, 유통은 기업…“상도가 있다”

한우법에 담긴 기업의 축산 진출 제한 조항에 대해서는 원칙론을 폈다. 민 회장은 “한우는 농가가 키워야 하고 기업은 농가와 경쟁해서는 안 된다”며 “기업은 농가가 생산한 것을 유통·판매해 수익을 올려야지, 사육부터 같이 해서 돈을 벌겠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아무리 사육하고 싶어도 상도(商道)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쇠고기 수입도 기업이 하고 사육도 기업, 사료와 판촉, 유통도 기업이 다 하면 농가들은 무엇을 먹고 사느냐”며 “기업에 귀속되면 개량조차 농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할 수 없고, 기업이 월급 주는 대로 키워야 한다. 농가 입장에선 무슨 희망이 있고 권리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한우는 액비·퇴비화 과정에서 부피가 크지만 처리할 공간이 적다”며 “기업이 전부 다 하기는 어려운 여건인 만큼, 농가들이 사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탁사육 농가를 향해서는 더 직접적인 주문을 내놨다. 민 회장은 “기업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농가 스스로 각성해야 하고, 그래야 농민이 주권자가 될 수 있다”며 한우 사육에 뛰어든 2세들의 희망까지 꺾지 말자고 말했다.

전국한우협회 회원들은 9월 16일 열린 창립 27주년 기념식에서 시장 개방 등에 따른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사진 제공=전국한우협회)
전국한우협회 회원들은 9월 16일 열린 창립 27주년 기념식에서 시장 개방 등에 따른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사진 제공=전국한우협회)

 마리당 생산비 1000만 원 넘어…“산 넘어 산”

외풍 대응과 별개로 농가들의 자구 노력도 강조했다. 민 회장은 “곡물가가 올라도 농가들이 다시 입식하려고 하니 송아지값이 치솟으면서 농가 부담이 커졌다”며 “원가가 1000만 원을 넘는데 농가들이 1000만 원을 받느냐, 산 넘어 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1000만 원짜리 원가를 놓고 수익 구조를 농가 스스로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며 “농가가 스스로 원가를 절감하지 않으면 산업 자체가 힘들어진다”고 했다.

1982년부터 소를 키워온 그는 긴 사육기간을 구조적 취약점으로 지목했다. 민 회장은 “다른 축종은 짧게는 30일, 길어야 4개월이면 자금이 회전되는데 한우는 짧아도 2년”이라며 “그 기간 동안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이 농가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자조금 거출금 마리당 2만→3만 원 인상 추진…기업들도 동참 촉구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을 겸하는 그는 자조금 운용의 중심에 생산자를 두겠다고 했다. 민 회장은 “농가가 한우를 생산하면 수입육과 가격 차가 있는데, 그 차이를 메워 한우 시장을 개척하고 유통시키라고 만든 돈이 자조금”이라며 “농가가 마리당 2만 원을 내는 것은 그렇게 쓰라는 뜻이다. 자조금을 목적대로 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 사례로 원료육 차액 지원을 들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해당 사업 집행액은 2023년 46억 원, 2024년 18억 원, 2025년 8억 원이며 2026년 예산은 4억 원이다. 위원회는 한우 도매가격 상승, 참여 업체들의 계획 대비 매입 물량 실적 저조, 지방비 확보 어려움 등으로 사업 규모가 매년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 회장은 사업 효과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수입육을 쓰는 업체가 한우를 쓰도록 kg당 2000~4000원을 지원했다”며 “그만큼의 수입육 시장을 한우로 대체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맹목적으로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수입육을 쓰지 않는 조건으로 주는 것”이라며 “차액 지원을 통해 하니까 업체들이 한우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2만 원인 거출금 인상도 추진 중이다. 민 회장은 “농가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며 “한우산업의 먼 미래를 본다면 농가는 3만 원으로 올리고 업체도 참여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료회사, 동물약품회사, 유통업체 등 한우 덕에 수혜를 보고 있는 기업들이 마리당 1만 원의 자조금을 내거나 발전기금 형태로 참여해 공동기금을 만들고 어려울 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한우협회 창립 27주년 기념식을 찾은 내외빈들이 기념 떡을 자르고 있다.(사진 제공=전국한우협회)
전국한우협회 창립 27주년 기념식을 찾은 내외빈들이 기념 떡을 자르고 있다.(사진 제공=전국한우협회)

 협회·자조금 겸직으로 사업 기간 단축…추석 장터 28억 원 판매

협회장과 자조금관리위원장 겸직에 대해서는 사업 추진 속도를 가장 큰 이점으로 꼽았다. 민 회장은 “두 군데 일을 하다 보니 시간적·육체적으로 힘들지만 한 사람의 지시로 두 조직이 똑같이 움직이니 사업 기간이 단축되고 예산 절감도 된다”고 말했다.

성과로는 한우가격 회복과 소비 촉진 실적을 들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9월 7~10일 나흘간 연 ‘추석맞이 온라인 한우장터’에서 1등급 한우 100g 기준 등심 7370원, 불고기·국거리 3250원 등 구이류와 정육류에 부산물·가공품까지 선보여 28억 원어치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9월 도매시장 가격(1~15일 기준)은 지난해 9월 평균 가격보다 22.4% 올랐다.

민 회장은 “임기 내에 한우값을 회복시키겠다고 약속했고, 협회와 자조금, 농협이 각각 역할을 분담하면서 소비 촉진을 하니 가격이 좋아졌다”며 “세 곳이 비슷한 시기에 소비 촉진 행사를 하면 효과가 떨어진다. 시간 텀을 두고 소비자들이 먹을 시기에 맞추면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조금 행사에 이어 협회와 농협이 연이어 행사를 한다”며 “시기를 조정하니 추석 대목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백신·위생 검사·항생제 확인까지…한우 가치 알아 달라

그는 한우의 가치를 알아 달라는 당부도 남겼다. 민 회장은 “한우는 세계적으로 단 하나뿐인 품종”이라며 “깨끗하게 개량된 축사에서 곰팡이 독소가 피지 않도록 관리한 사료와 조사료 등을 먹여 키운다”고 말했다. 이어 “제때 백신을 맞고 도축장에서 위생 검사와 항생제 확인을 거쳐 안전성이 유지된 상태로 소비자에게 전달된다”며 “우리나라는 도축 후 두 시간 이상 걸려 가는 유통업체가 없을 만큼 유통 체계도 믿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렵게 키워 식탁에 오를 때까지 챙긴 그 값어치를 소비자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2027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거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민 회장은 “주변에서 도와준 분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나는 내년 3월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일해왔다. 다음에 또 나온다고 생각하고 일하면 표를 의식해서 지적을 못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좋은 리더가 있다면 그 지도자가 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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